소설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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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0
참전 작품
기동전사 크로스 본 건담
기동무투전 G 건담
신기동전기 건담 W ~ Endless Waltz
기동신세기 건담 X
기동전사 건담 SEED Destiny
기동전사 건담 OO
마징카이저
UFO로보 그렌다이저
체인지 진 겟타 로보 ~ 세계 최후의 날
초수기신 단쿠가
머신로보 ~ 크로노스의 대역습
파사대성 단가이오
기동전함 나데시코 극장판 ~ The Prince of Darkness
반드레드
초중신 그라비온
기어전사 덴도
용자왕 가오가이가 ~ 진정한 용기
반프레스토 오리지날
SAGA 오리지날
SRW 外傳 FUTURE DREAM
제 1부 The Lost Generation
Stage 1. Celestial Being
서기 2301년 쿠르지스 공화국.
예전엔 풍요로운 도시였을 테지만 지금은 전쟁의 참화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어느 도시.
몇 대의 모빌슈트가 도시 안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적 세력을 소탕하고 있는 전쟁의 비극을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보려주고 있는 이 도시에 한 소년이 달리고 있었다.
학교에 가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 늦게까지 공을 가지고 놀아야할 나이였지만 소년의 손엔 공 대신 차가운 빛을 발하는 총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소년은 목숨을 걸고 도망치고 있었다. 소년을 타겟으로 한 수많은 총알들이 소년의 목숨을 노리고 미친 듯이 날아들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달리던 소년은 바로 뒤쪽에서 터진 폭탄으로 인해 앞으로 수 미터 정도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우앗!”
바닥을 뒹굴던 소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소총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는 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소년은 온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무시하고 계속 뛰었다. 모빌슈트들의 총알을 피해 달리면서 소년의 머릿속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 전쟁은 신 앞에 바치는 성전이다. 전통을 가볍게 여기고 신의 땅을 더럽히는 불신앙자들에게 우리들이 철퇴를 내리는 것이다. 불신앙자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싸우다 죽음으로써 신 계신 곳으로 인도받을 터다.’
소년을 게릴라로 훈련시켜주고 쿠르지스 공화국의 영광스런 순교자가 될 수 있게 정신교육까지 한 남자...... 하지만 아자디스탄과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소년과 그 동지들을 버리고 어디론가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린 그 남자......
소년과 소년의 동지들에게 싸우다 죽을 것을 강요했고 그 죽음은 성스러운 것이며 신의 곁으로 인도되는 성전이라고 말하던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를 동경했고 그의 교리에 감복하여 게릴라가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속 달려가면서 소년은 짧게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 신 따위는 없어.......”
정신없이 달려가던 소년은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이제 더 달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눈앞엔 소년이 있는 쪽으로 흉측한 라이플을 들이대려는 모빌슈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아무리 빠른 몸놀림으로 피한다고 해도 저 모빌슈트의 공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죽는 건가?
이걸로...... 끝인 건가?
체념 비슷한 감정이 소년을 찾아왔을 때 기적이 찾아왔다.
피잉!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더니 소년을 공격하려던 모빌슈트의 콕피트가 레이저 빔에 꿰뚫렸다. 레이저 빔에 꿰뚫린 모빌슈트는 천천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폐호가 된 도시를 소탕하던 아자디스탄의 모빌슈트들이 전부 공중에서 날아온 레이저 빔에 맞아 행동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소년의 눈을 하늘을 향했다. 모빌슈트들을 공격한 빔은 모두 하늘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구해준 존재가 누구인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늘을 본 소년은 아름다운 빛의 날개를 가진 모빌슈트를 볼 수 있었다.
모빌슈트는 공중에서 천천히 몸을 돌려 소년이 있는 쪽을 쳐다보는 듯 했다. 빛의 날개를 가진 모빌슈트를 본 소년의 눈을 점점 커졌다.
지금 이 순간부터 소년의 운명은 바뀌게 되었다. 영원히......
서기 2307년 AEU의 궤도 엘리베이터.
야킨 두 에에서 벌어진 지구 연방과 쟈프트 간의 전쟁에서 쟈프트의 제네시스에 수도 쟈브로를 잃고 지구 연방의 수뇌부들을 모두 잃은 지구 연방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고 말았다. 지구 연방이 붕괴된 뒤 지구권의 몇몇 국가들은 UN을 만들어 다시 지구 연방을 재건하려고 했지만 그 역시도 화석 에너지 고갈로 인한 자원난으로 어렵게 되었다. 결국 지구의 국가들은 서로 힘을 모아 자원난부터 해결하기로 한 뒤 지구에 세 개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갖춘 궤도 엘리베이터를 세웠는데 이 궤도 엘리베이터 덕분에 지구권의 국가는 자연스럽게 세 개의 세력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 중 구 유럽엽합을 주축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국가들이 합세한 AEU는 중국, 한국등 아시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인류혁신연맹,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뭉친 유니온과 더불어 지구권을 3등분하는 거대한 세력이었다.
AEU 군사연습장.
오늘은 AEU의 각계인사는 물론, 타 세력권인 인류혁신연맹, 유니온, 쟈프트의 군부 인사들이 모두 이 연습장을 찾았다. 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AEU의 신형 모빌슈트 이넥트의 성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AEU에서 최신 기술을 도입해 제작했다는 이넥트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자국의 군비를 어떻게 확충해 이넥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과 3년 전, 유니온이 최신기술을 도입해 제작한 모빌슈트 플래그만 해도 기존의 모빌슈트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 인류혁신연맹과 AEU, 쟈프트는 이에 대응해 자국의 주력 모빌슈트 개발에 박차를 가했었다.
예전 야칸 두 에 전쟁 때 대활약을 한 모빌슈트 건담이라면 플래그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구권의 국가들과 플랜트를 지지기반으로 한 쟈프트는 야킨 두 에 전쟁 이후, 건담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모빌슈트를 폐기하자는 약조를 했기에 그들이 개발하는 모빌슈트 리스트에는 더 이상 건담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네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차분한 느낌과 함께 화사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아름다운 금발과 호남형으로 생긴 얼굴, 그리고 녹색 눈동자를 가진, AEU의 영역 안에서 유니온의 군복을 당당하게 입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역시 유니온의 군복을 입고 갈색의 웨이브 진 긴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아직 앳된 티가 채가시지 않은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약간 차가운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은 웃음을 짓더니 바로 대꾸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실은 제가 같이 와주길 바라셨죠, 에이커 대위님.”
“그렇게 느꼈다니...... 이젠 자네에게 거짓말도 할 수 없을 거 같군, 마이어스 소위.”
에이커라고 불린 이 남자의 이름은 그레이엄 에이커. 유니온의 에이스로 불리는 남자로, 모빌슈트 조종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였다. 탁월한 조종 실력과 부하들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전황을 파악하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어 젊은 장교들 가운데 장성급으로 승진이 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었다. 유니온의 주력 모빌슈트 플래그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지원해 그의 뛰어난 실력을 백업한 OS 제작에 도움을 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조용히 걷고 있는 소녀의 이름은 제시카 마이어스. 그레이엄 에이커와 같은 유니온 소속으로 몇 안 되는 여성 플래그 파일럿이었다. 플래그라는 모빌슈트는 성능이 대단히 우수했지만 파일럿 보호는 그리 잘 되어있지 않은 문제점이 많은 물건이기에 여성 파일럿의 수가 대단히 적었다. 특히 가속시 발생하는 G를 제대로 경감해주지 않기 때문에 플래그 파일럿은 체격과 체력이 좋은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플래그의 무지막지한 G를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노력으로 갈고 닦아 그레이엄에 버금가는 조종 실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플래그 파일럿은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AEU가 이넥트를 만든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군의 플래그에 대항하기 위해서겠죠?”
“그거 말곤 이유가 없겠지. 지구권 4국가의 조약으로 인해 건담을 만들 수 없으니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할 테니까.”
걸음을 걷언 그레이엄은 연습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멈춰서더니 제시카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이 누구라고 했지?”
“패트릭 콜러사워 소위입니다. AEU의 에이스라고 하던데요?”
“흐음, 그 친구가? 난 유리 라인카인트 소위가 할 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라인카인트 소위와 자네는 오랜 친구 사이 아닌가?”
“사관학교 때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리고 라인카인트 소위는 이넥트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든다고 테스트 파일럿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하, 그래? 그거 걸작이군.”
어지간한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여버릴 만큼 매력적으로 웃으면서 그레이엄은 문을 열고 연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를 쫓아 제시카도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연습장 안으로 들어간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연습장 하늘을 빠른 속도로 누비며 자신의 성능을 마음껏 뽐내는 이넥트를 한번 보더니 연습장에 와 있는, 그들이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들이 찾는 그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남자는 자신의 긴 머리를 뒤로 올려 묶고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소형 단말기에 이넥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다.
“AEU의 첫 태양에너지 대응형인가?”
인사도 없이 그레이엄은 다짜고짜 그의 곁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레이엄의 눈으로 공중을 날고 있는 이넥트를 향해 있었다. 그레이엄의 말에 남자, 빌리 카타기리는 흠칫 놀라다가 귀에 익숙한 목소리와 자신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제시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AEU는 궤도 엘리베이터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어. 하다못해 모빌슈트만이라도 어떻게 하고 싶은 거겠지.”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빌리의 옆에 있는 빈 좌석에 앉았고 그레이엄이 자리에 앉는 순간 그의 뒷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의 의자를 살짝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이봐, 괜찮아? MSWAD의 에이스가 이런 데 있어도 말이야.”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뒤를 돌아보았고 빌리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 그들처럼 돌아보진 않고 계속 이넥트를 보고 있었다. 그레이엄의 의자를 발로 찬 사람은 푸른색의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푸른색이 감도는 블루블랙의 머리를 가진 남자였는데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고 붉은 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그에게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갈색의 뱅헤어를 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작은 몸집의 소녀가 앉아 있었고 그 곁에는 그레이엄과 같지만 그보다 더 황금색에 가까운 금발을 가진 미남이 앉아 있었다. 그들을 본 그레이엄은 어이없다는 듯 풋하고 웃었다.
“물론 괜찮지는 않아. 하지만 용병대인 자네들이야말로 이곳에 있어도 괜찮단 말인가? 시반 슈미터 여러분?”
“AEU의 최신 병기라고 해서 구경 한 번 나온 거지. 뭐, 쓸만한 녀석이면 시반 슈미터에다 가져다 쓰려고 생각도 하고 있지.”
“돈은 많이 버는 모양이군, 반 라크네스.”
“굶어죽지 않을 만큼은 벌고 있지.”
반이란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그레이엄은 다시 시아를 이넥트 쪽으로 돌리며 의자에 편희 기대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AEU는 호탕한 맛이 있어. 인혁련의 4주년 기념식전에 신형을 발표해버리니 말이야.”
“아직도 냉전중이니까 그런 거지. 안그래, 레드?”
반이 묻자 레드라고 한 화사한 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예전 역사 기록을 보면 미국과 소련의 냉전 때 수많은 병기들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인류혁신연맹의 기념식에 AEU가 신형 병기를 발표한 건 인류혁신연맹과 유니온에 대한 경고 내지는 허세로 볼 수 있지요.”
레드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다음 순간 그레이엄이 빌리에게 물었다.
“저 기체를 어떻게 보지?”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우리 플래그를 흉내낸 것뿐이야. 독창적인 건 디자인 뿐이지.”
그레이엄만큼이나 플래그에 절대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빌리였기에 이넥트에 대한 비판은 혹독했다. 사실 이넥트는 플래그를 가져다 만들었다고 해도 변명할 수 없을 만큼 플래그를 그대로 베꼈다. 파이터 형태로 전환하는 가변구조도 그렇고 왼팔에 단 방어용 장비 디펜스 로드까지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AEU의 유니온 모빌슈트 베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현재 AEU의 주력 모빌슈트인 헬리온의 경우도 유니온의 리알도를 베낀 거라고 욕을 잔뜩 먹었었는데 자기버릇 남 못준다고 이번에 최신기라고 만든 이넥트도 플래그를 베끼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빌리의 말에 목소리를 보탰다.
“디자인도 그다지 독창성이 없어 보이는데? 무장도 참신한 게 없어 보이고...... AEU의 신형기 개발진은 양심도 없군.”
“동감입니다. 일말의 양심이 남았으면 저런 모빌슈트 따윈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죠.”
레드도 동감이란 뜻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과 그레이엄들이 이넥트에 대해 혹평을 늘어놓고 있자 테스트 비행을 마친 이넥트가 지상에 내려왔다. 그리곤 콕핏이 열리면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 패트릭 콜러사워가 밖으로 나와 반과 그레이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이! 거기! 다 들려! 지금 뭐라고 했지?”
패트릭이 발끈하는 걸 보며 빌리와 레드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집음 성능은 뛰어난 모양이군요.”
“그런가봅니다.”
패트릭의 꼴사나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AEU의 한 여성 장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아, 저 얼간이.......”
그녀의 왼쪽 가슴에는 그녀의 계급을 상징하는 계급장과 함께 그녀의 이름 ‘유리 라인카인트’가 수놓아져 있었다. 약간 웨이브 진 긴 머리를 가진 보기 드문 미인인 그녀에게 긴 댕기머리에 좀 어울리지 않은 군복을 정말 제멋대로 입은-군복 안에 개량 신부복이 있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요, 유리~! 이런 데에 있었나?”
“맥스웰 중위님.”
“그냥 듀오면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럴 순 없지요.”
“너도 은근히 고지식한 면이 있단 말이야.”
듀오는 천천히 걸어와 유리 옆에 서더니 패트릭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넥트를 보곤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에...... 저 얼빠진 자식은......”
“우리 군의 수치입니다.”
“요즘 들어서 독설이 좀 는 거 같은데?”
“이건 독설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럼 그렇다고 치고...... 근데 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을 거부한 거야? 그거 수락했으면 상층부에 네 실력을 알려줄 수도 있고 그럼 승진에도 도움이 될 텐데......”
듀오가 궁금한 듯 묻자 유리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플래그를 흉내낸 모빌슈트에 탈 생각 따윈 없습니다. 이넥트를 타느니 차라리 헬리온에 타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헬리온도 리알도를 베낀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유리가 듀오에게 물어봤다. 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을 하지 않았냐고. 사실 유리나 패트릭에게 테스트 파일럿 제의가 들어오기 전, AEU의 군 상층부는 먼저 듀오에게 테스트 파일럿 의뢰를 했었다. 하지만 듀오는 단칼에 거절했고 이넥트의 파일럿은 돌고돌아 결국 패트릭에게 돌아간 것이다. 유리가 묻자 듀오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싫어.”
AEU의 궤도 엘리베이터 ‘헤븐즈 도어’
현재 이넥트의 테스트 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연습장 바로 옆에 있는 AEU의 모든 국가들에게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지구상 최대의 발전 시설이다. 그런 궤도 엘리베이터 옆에 조금한 기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영은 날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추락하고 있는 거였고 그 모습은 파이터가 아니라 인간형 모빌슈트였다. 푸른색화 흰색 컬러링, 그리고 오른팔에 착용한 커다란 검, 머리에 돋은 ‘V’자 모양의 하얀색 뿔...... 4년 전 야킨 두 에에서 활약한 건담이라는 이름의 모빌슈트와 너무도 흡사한 외형을 가진 모빌 슈트였다.
모빌슈트 안, 콕핏에서 푸른색 파일럿 슈츠를 입은 소년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240082. 엑시아, 세츠나 F. 세이에이. 목표 지점을 확인. GN입자의 살포. 목표 도달과 동시에 종료시킨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자 세츠나가 목표로 삼은 대상이 메인 모니터에 조금만 창으로 떠올랐다. 그건 패트릭이 테스트하고 있는 AEU의 최신 모빌슈트 이넥트였다.
“목표 대상 확인. 예정대로 First Phase를 개시한다.”
궤도 엘리베이터 ‘헤븐즈 도어’를 타고 내려오는 모빌슈트의 모습은 곧 AEU의 군사연습장 레이더 실에 포착되었다. 오퍼레이터를 맡은 병사가 이 사실을 알고 바로 상관에게 보고 했다.
“대위님! 연습장으로 접근하는 기영이 있습니다.”
“뭐?”
“3시 방향입니다!”
“어디 부대냐? 연습 중이라고! 물러가게 해!”
상관은 자신의 상식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부하의 대답은 상관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레이더 반응이 없습니다! 잡히지 않습니다!”
“카메라로 추적해!”
상관의 명령에 부하들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서 연습장으로 접근하는 기영을 최대한 가깝게 포착해냈다. 상관은 부하들이 잡은 기영을 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에 비친 그 기영은......
“저 기체는 뭐지? 혹시 건담?”
레이더 실의 보고는 곧바로 AEU의 군 수뇌부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번 이넥트를 선보이는 과정을 정성들여 준비한 그들로서는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존재가 반가울리 없었다.
“미확인 기체라고? 어째서 이런 때에......”
막 레이더 실의 보고를 받았을 때......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오른팔에 커다란 칼을 장비한 하얀 뿔을 가진 하얀 모빌슈트를...... 4년전 만 해도 지구상에 몇 대 존재했었던 모빌슈트...... 건담을......
“건담?”
하얀색 모빌슈트를 확인한 그레이엄은 자리에서 벌쩍 일어나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AEU. 신형이 하나 더 있을 줄이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AEU가 조약을 무시하다니......”
너무도 태평한 반의 중얼거림에 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얀 모빌슈트 건담을 바라보던 반의 곁에 앉아있던 소녀가 반에게 조용히 물었다.
“반.....”
“왜 그래, T?”
“건담이...... 뭐죠?”
“예전에 조금 성능이 더 좋았던 모빌슈트를 일컫는 대명사 같은 거야. 눈이 두 개 나란히 붙어있고 이마에 안테나가 달려있으면 다 건담이라고 말하곤 하지.”
“......건담.”
T가 물끄러미 건담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태평한 그녀와는 달리 AEU의 군 고위층은 개인용 단말기를 꺼내 각자 소속 부서에 명령을 내리는데 정신없었다.
“이넥트! 들리나, 이넥트! 패트릭!”
하지만 어떤 통신망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전화가 먹통이자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갈며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젠장! 통신이 안 돼!”
통신이 안된다는 말에 반과 레드, 그레이엄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이제까지 잘만 되던 통신이 갑자기 먹통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저 건담 때문인 건가? 세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핸드폰으로 다른 곳과 연락을 해보던 제시카가 핸드폰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핸드폰이 되지 않는군요. 통신을 방해하는 전파가 이근방에 퍼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전파는 건담이 나타난 순간부터 나타났지요.”
이 상황이 재미있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평온함, 그 자체를 가지고 있는 레드의 말이었다. 이넥트의 테스트에 온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AEU의 장병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러분, 유도에 따라 피난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서둘러 대피했지만 반과 T, 레드, 그레이엄, 빌리, 제시카는 자신들이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습장 한 쪽엔 반들처럼 갑자기 나타난 건담을 보며 자리를 뜨지 않은 두 사람, 유리와 듀오도 있었다.
“저건......”
“건담이군.”
“겉모습만 건담처럼 꾸민 모빌슈트가 아닐까요? 건담은 확실히......”
“건담 생산 중지 조약을 맺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이 세상엔 그런 조약이 통용되지 않는 집단이 있는 법이고 그런 법따윈 난 모른다라고 하는 녀석도 있는 법이라고.”
살짝 윙크까지 하며 말하는 듀오를 보니 유리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유니온, AEU, 인류혁신연맹, 쟈프트가 맺은 조약을 어느 간 큰 조직이 위반한단 말인가? 핵융합 엔진을 탑재한 건담의 위력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네 진영이 다시는 건담을 만들지 말자고 합의를 한 것인데...... 거기다 건담에 대한 여론도 너무 나빴다. 야킨 두 에에서 큰 활약을 한 키라 야마토의 프리덤 건담과 아스란 자라의 저스티스 건담이 모두 패트릭 자라의 삐뚤어진 야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로 건담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안좋아졌고 그 결과 네 진영은 영구히 건담을 봉인한다는 조약을 맺게 된 것이다.
“아군은 아니야. 어디 기체지?”
건담이 이넥트 쪽으로 돌아서자 상황이 심각해진 걸 몸으로 느낀 패트릭은 이넥트의 콕핏에 들어가 해치를 닫았다. 자칭 AEU의 에이스, 실력은 듀오 맥스웰, 유리 라인카인트에 이어 3번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 역시 나름 실전을 경험한 파일럿이었다. 상대가 뭘 하러 왔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이봐, 이봐 어디 사는 누구냐? 유니온인가? 인혁련이냐?”
이넥트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메인 스크린에 건담의 모습이 들어왔다. 혼자 중얼 중얼대봤자 건담이 대답할리 없는 대도 패트릭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뭐, 어느 쪽이든 남의 땅에 흙발로 쳐들어온 거야 그냥 보낼 수는 없겠지?”
이넥트가 도망치지 않고 계속 건담과 대치하고 있자 AEU의 군관계자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패트릭을 욕했다.
“저 바보! 뭘 하려는 거지? 저 기체에 얼마나 개발비를 쏟아부었는데!”
“좋은 찬스입니다. 이것으로 이넥트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다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말하자 처음 열을 냈던 남자는 이 남자가 AEU의 수뇌부 중 하나, 마이클 앤더슨임을 알았다. AEU의 수뇌부 중 가장 굳건한 지지층을 확보한 정치인으로 AEU도 인혁련, 유니온, 쟈프트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군사력을 보유해야한다고 말하는 강경파 쪽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넥트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그 다음 말을 이었다.
“패트릭 콜라사워는 우리 군의 에이스 아닙니까? 성격에는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만......”
성격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AEU의 자칭 에이스 패트릭 콜러사워는 이넥트의 조종간을 붙잡고는 건담을 향해 씩 웃어보였다.
“내가 누군지 아냐? AEU의 패트릭 콜라사워다! 모의전에서도 패배를 모르는 전문가님이라고!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걸?”
저 건담 모양의 모빌슈트를 부수면 자신이 정진정명한 AEU의 에이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 패트릭은 곁눈질로 연습장 한 쪽에서 자신과 건담을 주시하고 있는 두 사람, 듀오와 유리를 보았다. 저 둘도 보고 있다. 패트릭은 건담을 쓰러뜨릴 무장을 결정했다.
AEU의 실제 에이스라고 인정받는 듀오 맥스웰이 누구보다 근접전을 장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 건담을 근접전으로 박살내버리자고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조종간을 조작해 이넥트의 근접 병기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빔 샤벨이 장비되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AEU는 아직도 고출력 빔 샤벨을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최신기 이넥트에 장비된 근접 병기는 칼날을 고주파로 진동시켜 절삭율을 높인 소닉 블레이드가 전부였다. 이넥트가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자 블레이드를 진동시킨 고주파로 연습장 안의 사람들이 전부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소닉 블레이드의 비명에 눈살을 찌푸린 유리는 이넥트의 패트릭에게 욕을 퍼부었다.
“저 바보!”
“각오하라고!”
주변 사람들의 귀에 막심한 피해를 끼치는 블레이드를 들고 패트릭의 이넥트는 건담을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넥트가 건담의 건방진 얼굴을 향해 블레이드를 날리려는 순간 건담 파일럿, 푸른색 파일럿 슈츠를 입은 세츠나가 중얼거렸다.
“엑시아, 목표를 제거한다.”
눈깜짝할 새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보통 사람들의 눈엔 건담의 커다란 칼에 오른팔을 잃은 패트릭의 이넥트와 소닉 블레이드를 쥔 채 연습장 바닥에 떨어진 이넥트의 오른손만 보이겠지만 반이나 그레이엄과 같이 동체시력이 뛰어난 사람은 건담의 빠른 움직임을 전부 보았다. 건담은 이넥트를 훨씬 뛰어넘는 스피드로 오른팔에 장비된 검을 펼쳐 그 검으로 밑에서 위로 올려 베어 이넥트의 오른팔을 깨끗이 절단해버렸다.
가공할만한 절단력이었다. AEU 역시 다른 진영과 마찬가지로 모빌슈트의 장갑에 대한 개발을 소홀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빔 샤벨 같은 검신이 고출력 에너지로 되어 있는 무기가 아닌 이상 이넥트의 팔을 절단해버리는 건 불가능했다. 자르더라도 절단면이 깨끗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번엔 달랐다. 바닥에 떨어진 이넥트의 오른팔은 너무도 말끔하게 잘려져 있었다.
“뭐냐!”
“자, 잘랐어?”
어지간한 일엔 눈썹하나 꿈쩍도 안한다는 별명이 있는 레드조차도 깨끗한 절단면에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순식간에 오른팔을 잃자 패트릭은 잠시 쇼크상태에 빠졌다가 곧 이를 부득 갈았다. 이 광경은...... 예전, 그가 모의전에서 겪었던 광경과 너무도 흡사했다. 물론 그땐 상대도 상대한 모빌슈트도 달랐지만......
“이놈! 모르는구나!”
남은 왼손으로 허리에 찬 리니어 레일건을 꺼낸 패트릭은 건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보다 반박자 먼저 건담은 제자리에서 옆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빠른 회전력이 더해진 힘으로 빔 한 발을 발사한 패트릭의 리니어 레일건을 베어버렸다.
콰직!
테스트 비행이라 가지고 있는 무장이라곤 아까 잃어버린 소닉 블레이드와 지금 잘라져버린 리니어 레인건이 전부였다. 건담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비무장 상태가 되어버린 패트릭은 비명 섞인 절규를 쏟아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전문가에!”
“세상에서!”
“모의전이잖아!”
마지막 비명을 끝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는 두 팔을 잃고 장갑이 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K.O.되고 말았다. 단 두 번의 제자리 회전과 깔끔한 검놀림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건담을 본 반의 표정엔 흥미롭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파일럿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기량이 꽤 뛰어나군. 건담의 경이적인 기동력이 덧붙여졌어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매섭고 강한 검이군.”
“대장님의 검술이랑 비슷하군요.”
“아니, 나보단 그 망할 자식의 검놀림하고 비슷해.”
“아, 그 인간 말이군요.”
반이 누군지 확실히 지칭하진 않았지만 안그래도 누군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레드는 입을 다물었다. 레드와는 다르게 반이 말하는 그가 누군지 잘 알 수 없었던 T는 반의 옆구리를 쿡하고 찌르며 물었다.
“그 재수 없는 빨간 머리 말하는 거야, 반?”
“응, 그래. 그 재수 없는 빨간 머리...... 그 자식이야.”
“하긴 나도 재수 없었어. 정신병자 같았거든.”
누군지 모르겠지만 귀엽고 예쁜 소녀에게 재수 없었다는 소리를 들은 걸 보니 왠지 동정이 갈지도 모르겠다. 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 이넥트가 처참하게 패퇴한 그 광경을 보며 듀오와 유리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리 혼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저, 저 건담은...... 도대체......”
“결국엔...... 그걸 완성시킨 모양이군. 그 영감탱이.”
“예?”
듀오가 중얼거리는 말을 얼핏 들은 유리가 돌아보며 묻자 듀오는 얼른 손을 내저으며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패트릭의 이넥트를 부순 건담을 보며 유리와 듀오는 각자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기 시작했다.
‘결국...... 시작된다는 건가?’
‘건담...... 저걸 갖고 싶어.’
어쨌든 오른팔에 찬 커다란 검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를 고철로 만들어버린 건담은 검을 원래대로 접어 오른팔에 장착시켰다. 그 순간 그레이엄은 건담의 어느 부분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 옆에 있던 남자의 망원경을 빼앗아 들었다.
“실례.”
“무슨 짓을?”
“실례한다고 했어.”
무서운 눈으로 상대를 찍소리 못하고 뭉개준 그레이엄은 망원경을 통해 건담의 머리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다. 확실했다. 이 건담은 자신의 이름이 건담이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었다. 머리 쪽에 ‘GUNDAM’이라고 음각으로 새겨놨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건담이다.”
그레이엄은 망원경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제시카가 잠자코 있다 궁금한 게 생겼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만든 병기일까요? 인혁련일까요? 아니면 쟈프트?”
“인혁련이나 쟈프트나 지금 자신의 진영에서 건담을 만들면 나머지 세 세력을 적으로 돌린다는 거 정도는 잘 알고 있어. 지금과 같은 냉전시대에 사소한 조약 하나라도 위반하면 그걸로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건담을 만들 리 없다.”
건담에 대한 그레이엄의 추리가 거기까지 미쳤을 때 건담 안에서 세츠나는 파괴된 이넥트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엑시아, First Phase 종료. Second Phase로 이행한다.”
그러자 엑시아의 등 뒤에 달린 끝이 뭉특한 원뿔 모양의 무언가가 안에서 회전을 시작하더니 밝은 빛을 가진 입자를 사방에 내뿜었다. 그러자 엑시아는 그 빛을 추진력으로 삼았는지 서서히 공중에 떠오르더니 별다른 추가 추진 없이 꽤 높은 위치에까지 날아올라가버렸다.
“추진력도 없이 어떻게?”
엑시아의 비상식적인 움직임에 빌리는 신음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경악하고 있는 빌리와는 달리 반은 왠지 모르게 여유만만이었다.
“경이적인 동력원이군. 흥미가 생기는 걸? 이거 써니가 보면 꽤나 좋아할 거 같은데...... 레드, 찍어 뒀어?”
“물론입니다. 전 대장님과 달리 철두철미하니까요.”
라면서 레드는 손에 들고 있는 소형 비디오 캠코더를 보여주었다. 그걸 본 반은 씩 웃으면서 그레이엄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럼 그레이엄, 다음에 보자구. 난 이쯤에서 실례할 테니까.”
“다음에 또 인연이 있으면 보도록 하지.”
“뭐, 전장터만 아니라면 말이야.”
그레이엄에 이어 제시카, 빌리와도 작별 인사를 한 반은 레드와 T를 데리고 연습장 밖으로 나왔다. 연습장을 빠져나가면서 반은 이넥트를 박살낸 뒤 사라진 기체, 건담을 생각하고 있었다.
“건담이란 말이지......”
반 일행이 빠져나간 직후, 이넥트의 콕핏 해치가 열리더니 패트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헬멧을 벗어던지고는 이넥트를 부수고 사라진 건담 엑시아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찾았다.
“녀석은 어디로 갔지? 녀석은!”
이넥트는 넝마가 되었는데 패트릭은 어디 다친데 하나 없이 팔팔한 건 본 그레이엄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말투로 조롱하듯 말했다.
“과연 최신 병기 이넥트. 파일럿의 안전성은 확실하군.”
“그 부분은 신경 써서 만든 듯 하군요.”
그레이엄처럼 제시카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소리를 죽여가며 작게 웃고 있었다. 빌리도 이들과 함께 잠시나마 웃다가 갑자기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뒤 그레이엄에게 물었다.
“헌데 그 건담. 군비 증강 노선을 유지하는 AEU에 대한 견제...... 아니, 경고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당하고 AEU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레이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머리 위로 몇 대의 헬리온이 이넥트를 파괴한 건담 엑시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투 비 컨티뉴드......
기동전사 크로스 본 건담
기동무투전 G 건담
신기동전기 건담 W ~ Endless Waltz
기동신세기 건담 X
기동전사 건담 SEED Destiny
기동전사 건담 OO
마징카이저
UFO로보 그렌다이저
체인지 진 겟타 로보 ~ 세계 최후의 날
초수기신 단쿠가
머신로보 ~ 크로노스의 대역습
파사대성 단가이오
기동전함 나데시코 극장판 ~ The Prince of Darkness
반드레드
초중신 그라비온
기어전사 덴도
용자왕 가오가이가 ~ 진정한 용기
반프레스토 오리지날
SAGA 오리지날
SRW 外傳 FUTURE DREAM
제 1부 The Lost Generation
Stage 1. Celestial Being
서기 2301년 쿠르지스 공화국.
예전엔 풍요로운 도시였을 테지만 지금은 전쟁의 참화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어느 도시.
몇 대의 모빌슈트가 도시 안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적 세력을 소탕하고 있는 전쟁의 비극을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보려주고 있는 이 도시에 한 소년이 달리고 있었다.
학교에 가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 늦게까지 공을 가지고 놀아야할 나이였지만 소년의 손엔 공 대신 차가운 빛을 발하는 총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소년은 목숨을 걸고 도망치고 있었다. 소년을 타겟으로 한 수많은 총알들이 소년의 목숨을 노리고 미친 듯이 날아들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달리던 소년은 바로 뒤쪽에서 터진 폭탄으로 인해 앞으로 수 미터 정도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우앗!”
바닥을 뒹굴던 소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소총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는 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소년은 온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무시하고 계속 뛰었다. 모빌슈트들의 총알을 피해 달리면서 소년의 머릿속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 전쟁은 신 앞에 바치는 성전이다. 전통을 가볍게 여기고 신의 땅을 더럽히는 불신앙자들에게 우리들이 철퇴를 내리는 것이다. 불신앙자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싸우다 죽음으로써 신 계신 곳으로 인도받을 터다.’
소년을 게릴라로 훈련시켜주고 쿠르지스 공화국의 영광스런 순교자가 될 수 있게 정신교육까지 한 남자...... 하지만 아자디스탄과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소년과 그 동지들을 버리고 어디론가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린 그 남자......
소년과 소년의 동지들에게 싸우다 죽을 것을 강요했고 그 죽음은 성스러운 것이며 신의 곁으로 인도되는 성전이라고 말하던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를 동경했고 그의 교리에 감복하여 게릴라가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속 달려가면서 소년은 짧게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 신 따위는 없어.......”
정신없이 달려가던 소년은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이제 더 달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눈앞엔 소년이 있는 쪽으로 흉측한 라이플을 들이대려는 모빌슈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아무리 빠른 몸놀림으로 피한다고 해도 저 모빌슈트의 공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죽는 건가?
이걸로...... 끝인 건가?
체념 비슷한 감정이 소년을 찾아왔을 때 기적이 찾아왔다.
피잉!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더니 소년을 공격하려던 모빌슈트의 콕피트가 레이저 빔에 꿰뚫렸다. 레이저 빔에 꿰뚫린 모빌슈트는 천천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폐호가 된 도시를 소탕하던 아자디스탄의 모빌슈트들이 전부 공중에서 날아온 레이저 빔에 맞아 행동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소년의 눈을 하늘을 향했다. 모빌슈트들을 공격한 빔은 모두 하늘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구해준 존재가 누구인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늘을 본 소년은 아름다운 빛의 날개를 가진 모빌슈트를 볼 수 있었다.
모빌슈트는 공중에서 천천히 몸을 돌려 소년이 있는 쪽을 쳐다보는 듯 했다. 빛의 날개를 가진 모빌슈트를 본 소년의 눈을 점점 커졌다.
지금 이 순간부터 소년의 운명은 바뀌게 되었다. 영원히......
서기 2307년 AEU의 궤도 엘리베이터.
야킨 두 에에서 벌어진 지구 연방과 쟈프트 간의 전쟁에서 쟈프트의 제네시스에 수도 쟈브로를 잃고 지구 연방의 수뇌부들을 모두 잃은 지구 연방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고 말았다. 지구 연방이 붕괴된 뒤 지구권의 몇몇 국가들은 UN을 만들어 다시 지구 연방을 재건하려고 했지만 그 역시도 화석 에너지 고갈로 인한 자원난으로 어렵게 되었다. 결국 지구의 국가들은 서로 힘을 모아 자원난부터 해결하기로 한 뒤 지구에 세 개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갖춘 궤도 엘리베이터를 세웠는데 이 궤도 엘리베이터 덕분에 지구권의 국가는 자연스럽게 세 개의 세력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 중 구 유럽엽합을 주축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국가들이 합세한 AEU는 중국, 한국등 아시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인류혁신연맹,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뭉친 유니온과 더불어 지구권을 3등분하는 거대한 세력이었다.
AEU 군사연습장.
오늘은 AEU의 각계인사는 물론, 타 세력권인 인류혁신연맹, 유니온, 쟈프트의 군부 인사들이 모두 이 연습장을 찾았다. 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AEU의 신형 모빌슈트 이넥트의 성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AEU에서 최신 기술을 도입해 제작했다는 이넥트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자국의 군비를 어떻게 확충해 이넥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과 3년 전, 유니온이 최신기술을 도입해 제작한 모빌슈트 플래그만 해도 기존의 모빌슈트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 인류혁신연맹과 AEU, 쟈프트는 이에 대응해 자국의 주력 모빌슈트 개발에 박차를 가했었다.
예전 야칸 두 에 전쟁 때 대활약을 한 모빌슈트 건담이라면 플래그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구권의 국가들과 플랜트를 지지기반으로 한 쟈프트는 야킨 두 에 전쟁 이후, 건담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모빌슈트를 폐기하자는 약조를 했기에 그들이 개발하는 모빌슈트 리스트에는 더 이상 건담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네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차분한 느낌과 함께 화사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아름다운 금발과 호남형으로 생긴 얼굴, 그리고 녹색 눈동자를 가진, AEU의 영역 안에서 유니온의 군복을 당당하게 입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역시 유니온의 군복을 입고 갈색의 웨이브 진 긴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아직 앳된 티가 채가시지 않은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약간 차가운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은 웃음을 짓더니 바로 대꾸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실은 제가 같이 와주길 바라셨죠, 에이커 대위님.”
“그렇게 느꼈다니...... 이젠 자네에게 거짓말도 할 수 없을 거 같군, 마이어스 소위.”
에이커라고 불린 이 남자의 이름은 그레이엄 에이커. 유니온의 에이스로 불리는 남자로, 모빌슈트 조종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였다. 탁월한 조종 실력과 부하들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전황을 파악하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어 젊은 장교들 가운데 장성급으로 승진이 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었다. 유니온의 주력 모빌슈트 플래그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지원해 그의 뛰어난 실력을 백업한 OS 제작에 도움을 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조용히 걷고 있는 소녀의 이름은 제시카 마이어스. 그레이엄 에이커와 같은 유니온 소속으로 몇 안 되는 여성 플래그 파일럿이었다. 플래그라는 모빌슈트는 성능이 대단히 우수했지만 파일럿 보호는 그리 잘 되어있지 않은 문제점이 많은 물건이기에 여성 파일럿의 수가 대단히 적었다. 특히 가속시 발생하는 G를 제대로 경감해주지 않기 때문에 플래그 파일럿은 체격과 체력이 좋은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플래그의 무지막지한 G를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노력으로 갈고 닦아 그레이엄에 버금가는 조종 실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플래그 파일럿은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AEU가 이넥트를 만든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군의 플래그에 대항하기 위해서겠죠?”
“그거 말곤 이유가 없겠지. 지구권 4국가의 조약으로 인해 건담을 만들 수 없으니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할 테니까.”
걸음을 걷언 그레이엄은 연습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멈춰서더니 제시카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이 누구라고 했지?”
“패트릭 콜러사워 소위입니다. AEU의 에이스라고 하던데요?”
“흐음, 그 친구가? 난 유리 라인카인트 소위가 할 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라인카인트 소위와 자네는 오랜 친구 사이 아닌가?”
“사관학교 때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리고 라인카인트 소위는 이넥트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든다고 테스트 파일럿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하, 그래? 그거 걸작이군.”
어지간한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여버릴 만큼 매력적으로 웃으면서 그레이엄은 문을 열고 연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를 쫓아 제시카도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연습장 안으로 들어간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연습장 하늘을 빠른 속도로 누비며 자신의 성능을 마음껏 뽐내는 이넥트를 한번 보더니 연습장에 와 있는, 그들이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들이 찾는 그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남자는 자신의 긴 머리를 뒤로 올려 묶고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소형 단말기에 이넥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다.
“AEU의 첫 태양에너지 대응형인가?”
인사도 없이 그레이엄은 다짜고짜 그의 곁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레이엄의 눈으로 공중을 날고 있는 이넥트를 향해 있었다. 그레이엄의 말에 남자, 빌리 카타기리는 흠칫 놀라다가 귀에 익숙한 목소리와 자신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제시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AEU는 궤도 엘리베이터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어. 하다못해 모빌슈트만이라도 어떻게 하고 싶은 거겠지.”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빌리의 옆에 있는 빈 좌석에 앉았고 그레이엄이 자리에 앉는 순간 그의 뒷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의 의자를 살짝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이봐, 괜찮아? MSWAD의 에이스가 이런 데 있어도 말이야.”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그레이엄과 제시카는 뒤를 돌아보았고 빌리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 그들처럼 돌아보진 않고 계속 이넥트를 보고 있었다. 그레이엄의 의자를 발로 찬 사람은 푸른색의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푸른색이 감도는 블루블랙의 머리를 가진 남자였는데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고 붉은 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그에게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갈색의 뱅헤어를 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작은 몸집의 소녀가 앉아 있었고 그 곁에는 그레이엄과 같지만 그보다 더 황금색에 가까운 금발을 가진 미남이 앉아 있었다. 그들을 본 그레이엄은 어이없다는 듯 풋하고 웃었다.
“물론 괜찮지는 않아. 하지만 용병대인 자네들이야말로 이곳에 있어도 괜찮단 말인가? 시반 슈미터 여러분?”
“AEU의 최신 병기라고 해서 구경 한 번 나온 거지. 뭐, 쓸만한 녀석이면 시반 슈미터에다 가져다 쓰려고 생각도 하고 있지.”
“돈은 많이 버는 모양이군, 반 라크네스.”
“굶어죽지 않을 만큼은 벌고 있지.”
반이란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그레이엄은 다시 시아를 이넥트 쪽으로 돌리며 의자에 편희 기대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AEU는 호탕한 맛이 있어. 인혁련의 4주년 기념식전에 신형을 발표해버리니 말이야.”
“아직도 냉전중이니까 그런 거지. 안그래, 레드?”
반이 묻자 레드라고 한 화사한 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예전 역사 기록을 보면 미국과 소련의 냉전 때 수많은 병기들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인류혁신연맹의 기념식에 AEU가 신형 병기를 발표한 건 인류혁신연맹과 유니온에 대한 경고 내지는 허세로 볼 수 있지요.”
레드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다음 순간 그레이엄이 빌리에게 물었다.
“저 기체를 어떻게 보지?”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우리 플래그를 흉내낸 것뿐이야. 독창적인 건 디자인 뿐이지.”
그레이엄만큼이나 플래그에 절대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빌리였기에 이넥트에 대한 비판은 혹독했다. 사실 이넥트는 플래그를 가져다 만들었다고 해도 변명할 수 없을 만큼 플래그를 그대로 베꼈다. 파이터 형태로 전환하는 가변구조도 그렇고 왼팔에 단 방어용 장비 디펜스 로드까지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AEU의 유니온 모빌슈트 베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현재 AEU의 주력 모빌슈트인 헬리온의 경우도 유니온의 리알도를 베낀 거라고 욕을 잔뜩 먹었었는데 자기버릇 남 못준다고 이번에 최신기라고 만든 이넥트도 플래그를 베끼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빌리의 말에 목소리를 보탰다.
“디자인도 그다지 독창성이 없어 보이는데? 무장도 참신한 게 없어 보이고...... AEU의 신형기 개발진은 양심도 없군.”
“동감입니다. 일말의 양심이 남았으면 저런 모빌슈트 따윈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죠.”
레드도 동감이란 뜻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과 그레이엄들이 이넥트에 대해 혹평을 늘어놓고 있자 테스트 비행을 마친 이넥트가 지상에 내려왔다. 그리곤 콕핏이 열리면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 패트릭 콜러사워가 밖으로 나와 반과 그레이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이! 거기! 다 들려! 지금 뭐라고 했지?”
패트릭이 발끈하는 걸 보며 빌리와 레드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집음 성능은 뛰어난 모양이군요.”
“그런가봅니다.”
패트릭의 꼴사나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AEU의 한 여성 장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아, 저 얼간이.......”
그녀의 왼쪽 가슴에는 그녀의 계급을 상징하는 계급장과 함께 그녀의 이름 ‘유리 라인카인트’가 수놓아져 있었다. 약간 웨이브 진 긴 머리를 가진 보기 드문 미인인 그녀에게 긴 댕기머리에 좀 어울리지 않은 군복을 정말 제멋대로 입은-군복 안에 개량 신부복이 있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요, 유리~! 이런 데에 있었나?”
“맥스웰 중위님.”
“그냥 듀오면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럴 순 없지요.”
“너도 은근히 고지식한 면이 있단 말이야.”
듀오는 천천히 걸어와 유리 옆에 서더니 패트릭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넥트를 보곤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에...... 저 얼빠진 자식은......”
“우리 군의 수치입니다.”
“요즘 들어서 독설이 좀 는 거 같은데?”
“이건 독설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럼 그렇다고 치고...... 근데 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을 거부한 거야? 그거 수락했으면 상층부에 네 실력을 알려줄 수도 있고 그럼 승진에도 도움이 될 텐데......”
듀오가 궁금한 듯 묻자 유리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플래그를 흉내낸 모빌슈트에 탈 생각 따윈 없습니다. 이넥트를 타느니 차라리 헬리온에 타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헬리온도 리알도를 베낀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유리가 듀오에게 물어봤다. 왜 이넥트의 테스트 파일럿을 하지 않았냐고. 사실 유리나 패트릭에게 테스트 파일럿 제의가 들어오기 전, AEU의 군 상층부는 먼저 듀오에게 테스트 파일럿 의뢰를 했었다. 하지만 듀오는 단칼에 거절했고 이넥트의 파일럿은 돌고돌아 결국 패트릭에게 돌아간 것이다. 유리가 묻자 듀오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싫어.”
AEU의 궤도 엘리베이터 ‘헤븐즈 도어’
현재 이넥트의 테스트 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연습장 바로 옆에 있는 AEU의 모든 국가들에게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지구상 최대의 발전 시설이다. 그런 궤도 엘리베이터 옆에 조금한 기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영은 날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추락하고 있는 거였고 그 모습은 파이터가 아니라 인간형 모빌슈트였다. 푸른색화 흰색 컬러링, 그리고 오른팔에 착용한 커다란 검, 머리에 돋은 ‘V’자 모양의 하얀색 뿔...... 4년 전 야킨 두 에에서 활약한 건담이라는 이름의 모빌슈트와 너무도 흡사한 외형을 가진 모빌 슈트였다.
모빌슈트 안, 콕핏에서 푸른색 파일럿 슈츠를 입은 소년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240082. 엑시아, 세츠나 F. 세이에이. 목표 지점을 확인. GN입자의 살포. 목표 도달과 동시에 종료시킨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자 세츠나가 목표로 삼은 대상이 메인 모니터에 조금만 창으로 떠올랐다. 그건 패트릭이 테스트하고 있는 AEU의 최신 모빌슈트 이넥트였다.
“목표 대상 확인. 예정대로 First Phase를 개시한다.”
궤도 엘리베이터 ‘헤븐즈 도어’를 타고 내려오는 모빌슈트의 모습은 곧 AEU의 군사연습장 레이더 실에 포착되었다. 오퍼레이터를 맡은 병사가 이 사실을 알고 바로 상관에게 보고 했다.
“대위님! 연습장으로 접근하는 기영이 있습니다.”
“뭐?”
“3시 방향입니다!”
“어디 부대냐? 연습 중이라고! 물러가게 해!”
상관은 자신의 상식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부하의 대답은 상관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레이더 반응이 없습니다! 잡히지 않습니다!”
“카메라로 추적해!”
상관의 명령에 부하들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서 연습장으로 접근하는 기영을 최대한 가깝게 포착해냈다. 상관은 부하들이 잡은 기영을 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에 비친 그 기영은......
“저 기체는 뭐지? 혹시 건담?”
레이더 실의 보고는 곧바로 AEU의 군 수뇌부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번 이넥트를 선보이는 과정을 정성들여 준비한 그들로서는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존재가 반가울리 없었다.
“미확인 기체라고? 어째서 이런 때에......”
막 레이더 실의 보고를 받았을 때......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오른팔에 커다란 칼을 장비한 하얀 뿔을 가진 하얀 모빌슈트를...... 4년전 만 해도 지구상에 몇 대 존재했었던 모빌슈트...... 건담을......
“건담?”
하얀색 모빌슈트를 확인한 그레이엄은 자리에서 벌쩍 일어나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AEU. 신형이 하나 더 있을 줄이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AEU가 조약을 무시하다니......”
너무도 태평한 반의 중얼거림에 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얀 모빌슈트 건담을 바라보던 반의 곁에 앉아있던 소녀가 반에게 조용히 물었다.
“반.....”
“왜 그래, T?”
“건담이...... 뭐죠?”
“예전에 조금 성능이 더 좋았던 모빌슈트를 일컫는 대명사 같은 거야. 눈이 두 개 나란히 붙어있고 이마에 안테나가 달려있으면 다 건담이라고 말하곤 하지.”
“......건담.”
T가 물끄러미 건담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태평한 그녀와는 달리 AEU의 군 고위층은 개인용 단말기를 꺼내 각자 소속 부서에 명령을 내리는데 정신없었다.
“이넥트! 들리나, 이넥트! 패트릭!”
하지만 어떤 통신망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전화가 먹통이자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갈며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젠장! 통신이 안 돼!”
통신이 안된다는 말에 반과 레드, 그레이엄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이제까지 잘만 되던 통신이 갑자기 먹통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저 건담 때문인 건가? 세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핸드폰으로 다른 곳과 연락을 해보던 제시카가 핸드폰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핸드폰이 되지 않는군요. 통신을 방해하는 전파가 이근방에 퍼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전파는 건담이 나타난 순간부터 나타났지요.”
이 상황이 재미있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평온함, 그 자체를 가지고 있는 레드의 말이었다. 이넥트의 테스트에 온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AEU의 장병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러분, 유도에 따라 피난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서둘러 대피했지만 반과 T, 레드, 그레이엄, 빌리, 제시카는 자신들이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습장 한 쪽엔 반들처럼 갑자기 나타난 건담을 보며 자리를 뜨지 않은 두 사람, 유리와 듀오도 있었다.
“저건......”
“건담이군.”
“겉모습만 건담처럼 꾸민 모빌슈트가 아닐까요? 건담은 확실히......”
“건담 생산 중지 조약을 맺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이 세상엔 그런 조약이 통용되지 않는 집단이 있는 법이고 그런 법따윈 난 모른다라고 하는 녀석도 있는 법이라고.”
살짝 윙크까지 하며 말하는 듀오를 보니 유리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유니온, AEU, 인류혁신연맹, 쟈프트가 맺은 조약을 어느 간 큰 조직이 위반한단 말인가? 핵융합 엔진을 탑재한 건담의 위력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네 진영이 다시는 건담을 만들지 말자고 합의를 한 것인데...... 거기다 건담에 대한 여론도 너무 나빴다. 야킨 두 에에서 큰 활약을 한 키라 야마토의 프리덤 건담과 아스란 자라의 저스티스 건담이 모두 패트릭 자라의 삐뚤어진 야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로 건담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안좋아졌고 그 결과 네 진영은 영구히 건담을 봉인한다는 조약을 맺게 된 것이다.
“아군은 아니야. 어디 기체지?”
건담이 이넥트 쪽으로 돌아서자 상황이 심각해진 걸 몸으로 느낀 패트릭은 이넥트의 콕핏에 들어가 해치를 닫았다. 자칭 AEU의 에이스, 실력은 듀오 맥스웰, 유리 라인카인트에 이어 3번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 역시 나름 실전을 경험한 파일럿이었다. 상대가 뭘 하러 왔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이봐, 이봐 어디 사는 누구냐? 유니온인가? 인혁련이냐?”
이넥트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메인 스크린에 건담의 모습이 들어왔다. 혼자 중얼 중얼대봤자 건담이 대답할리 없는 대도 패트릭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뭐, 어느 쪽이든 남의 땅에 흙발로 쳐들어온 거야 그냥 보낼 수는 없겠지?”
이넥트가 도망치지 않고 계속 건담과 대치하고 있자 AEU의 군관계자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패트릭을 욕했다.
“저 바보! 뭘 하려는 거지? 저 기체에 얼마나 개발비를 쏟아부었는데!”
“좋은 찬스입니다. 이것으로 이넥트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다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말하자 처음 열을 냈던 남자는 이 남자가 AEU의 수뇌부 중 하나, 마이클 앤더슨임을 알았다. AEU의 수뇌부 중 가장 굳건한 지지층을 확보한 정치인으로 AEU도 인혁련, 유니온, 쟈프트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군사력을 보유해야한다고 말하는 강경파 쪽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넥트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그 다음 말을 이었다.
“패트릭 콜라사워는 우리 군의 에이스 아닙니까? 성격에는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만......”
성격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AEU의 자칭 에이스 패트릭 콜러사워는 이넥트의 조종간을 붙잡고는 건담을 향해 씩 웃어보였다.
“내가 누군지 아냐? AEU의 패트릭 콜라사워다! 모의전에서도 패배를 모르는 전문가님이라고!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걸?”
저 건담 모양의 모빌슈트를 부수면 자신이 정진정명한 AEU의 에이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 패트릭은 곁눈질로 연습장 한 쪽에서 자신과 건담을 주시하고 있는 두 사람, 듀오와 유리를 보았다. 저 둘도 보고 있다. 패트릭은 건담을 쓰러뜨릴 무장을 결정했다.
AEU의 실제 에이스라고 인정받는 듀오 맥스웰이 누구보다 근접전을 장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 건담을 근접전으로 박살내버리자고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조종간을 조작해 이넥트의 근접 병기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빔 샤벨이 장비되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AEU는 아직도 고출력 빔 샤벨을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최신기 이넥트에 장비된 근접 병기는 칼날을 고주파로 진동시켜 절삭율을 높인 소닉 블레이드가 전부였다. 이넥트가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자 블레이드를 진동시킨 고주파로 연습장 안의 사람들이 전부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소닉 블레이드의 비명에 눈살을 찌푸린 유리는 이넥트의 패트릭에게 욕을 퍼부었다.
“저 바보!”
“각오하라고!”
주변 사람들의 귀에 막심한 피해를 끼치는 블레이드를 들고 패트릭의 이넥트는 건담을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넥트가 건담의 건방진 얼굴을 향해 블레이드를 날리려는 순간 건담 파일럿, 푸른색 파일럿 슈츠를 입은 세츠나가 중얼거렸다.
“엑시아, 목표를 제거한다.”
눈깜짝할 새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보통 사람들의 눈엔 건담의 커다란 칼에 오른팔을 잃은 패트릭의 이넥트와 소닉 블레이드를 쥔 채 연습장 바닥에 떨어진 이넥트의 오른손만 보이겠지만 반이나 그레이엄과 같이 동체시력이 뛰어난 사람은 건담의 빠른 움직임을 전부 보았다. 건담은 이넥트를 훨씬 뛰어넘는 스피드로 오른팔에 장비된 검을 펼쳐 그 검으로 밑에서 위로 올려 베어 이넥트의 오른팔을 깨끗이 절단해버렸다.
가공할만한 절단력이었다. AEU 역시 다른 진영과 마찬가지로 모빌슈트의 장갑에 대한 개발을 소홀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빔 샤벨 같은 검신이 고출력 에너지로 되어 있는 무기가 아닌 이상 이넥트의 팔을 절단해버리는 건 불가능했다. 자르더라도 절단면이 깨끗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번엔 달랐다. 바닥에 떨어진 이넥트의 오른팔은 너무도 말끔하게 잘려져 있었다.
“뭐냐!”
“자, 잘랐어?”
어지간한 일엔 눈썹하나 꿈쩍도 안한다는 별명이 있는 레드조차도 깨끗한 절단면에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순식간에 오른팔을 잃자 패트릭은 잠시 쇼크상태에 빠졌다가 곧 이를 부득 갈았다. 이 광경은...... 예전, 그가 모의전에서 겪었던 광경과 너무도 흡사했다. 물론 그땐 상대도 상대한 모빌슈트도 달랐지만......
“이놈! 모르는구나!”
남은 왼손으로 허리에 찬 리니어 레일건을 꺼낸 패트릭은 건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보다 반박자 먼저 건담은 제자리에서 옆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빠른 회전력이 더해진 힘으로 빔 한 발을 발사한 패트릭의 리니어 레일건을 베어버렸다.
콰직!
테스트 비행이라 가지고 있는 무장이라곤 아까 잃어버린 소닉 블레이드와 지금 잘라져버린 리니어 레인건이 전부였다. 건담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비무장 상태가 되어버린 패트릭은 비명 섞인 절규를 쏟아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전문가에!”
“세상에서!”
“모의전이잖아!”
마지막 비명을 끝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는 두 팔을 잃고 장갑이 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K.O.되고 말았다. 단 두 번의 제자리 회전과 깔끔한 검놀림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건담을 본 반의 표정엔 흥미롭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파일럿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기량이 꽤 뛰어나군. 건담의 경이적인 기동력이 덧붙여졌어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매섭고 강한 검이군.”
“대장님의 검술이랑 비슷하군요.”
“아니, 나보단 그 망할 자식의 검놀림하고 비슷해.”
“아, 그 인간 말이군요.”
반이 누군지 확실히 지칭하진 않았지만 안그래도 누군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레드는 입을 다물었다. 레드와는 다르게 반이 말하는 그가 누군지 잘 알 수 없었던 T는 반의 옆구리를 쿡하고 찌르며 물었다.
“그 재수 없는 빨간 머리 말하는 거야, 반?”
“응, 그래. 그 재수 없는 빨간 머리...... 그 자식이야.”
“하긴 나도 재수 없었어. 정신병자 같았거든.”
누군지 모르겠지만 귀엽고 예쁜 소녀에게 재수 없었다는 소리를 들은 걸 보니 왠지 동정이 갈지도 모르겠다. 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때 이넥트가 처참하게 패퇴한 그 광경을 보며 듀오와 유리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리 혼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저, 저 건담은...... 도대체......”
“결국엔...... 그걸 완성시킨 모양이군. 그 영감탱이.”
“예?”
듀오가 중얼거리는 말을 얼핏 들은 유리가 돌아보며 묻자 듀오는 얼른 손을 내저으며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패트릭의 이넥트를 부순 건담을 보며 유리와 듀오는 각자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기 시작했다.
‘결국...... 시작된다는 건가?’
‘건담...... 저걸 갖고 싶어.’
어쨌든 오른팔에 찬 커다란 검으로 패트릭의 이넥트를 고철로 만들어버린 건담은 검을 원래대로 접어 오른팔에 장착시켰다. 그 순간 그레이엄은 건담의 어느 부분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 옆에 있던 남자의 망원경을 빼앗아 들었다.
“실례.”
“무슨 짓을?”
“실례한다고 했어.”
무서운 눈으로 상대를 찍소리 못하고 뭉개준 그레이엄은 망원경을 통해 건담의 머리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다. 확실했다. 이 건담은 자신의 이름이 건담이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었다. 머리 쪽에 ‘GUNDAM’이라고 음각으로 새겨놨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건담이다.”
그레이엄은 망원경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제시카가 잠자코 있다 궁금한 게 생겼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만든 병기일까요? 인혁련일까요? 아니면 쟈프트?”
“인혁련이나 쟈프트나 지금 자신의 진영에서 건담을 만들면 나머지 세 세력을 적으로 돌린다는 거 정도는 잘 알고 있어. 지금과 같은 냉전시대에 사소한 조약 하나라도 위반하면 그걸로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건담을 만들 리 없다.”
건담에 대한 그레이엄의 추리가 거기까지 미쳤을 때 건담 안에서 세츠나는 파괴된 이넥트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엑시아, First Phase 종료. Second Phase로 이행한다.”
그러자 엑시아의 등 뒤에 달린 끝이 뭉특한 원뿔 모양의 무언가가 안에서 회전을 시작하더니 밝은 빛을 가진 입자를 사방에 내뿜었다. 그러자 엑시아는 그 빛을 추진력으로 삼았는지 서서히 공중에 떠오르더니 별다른 추가 추진 없이 꽤 높은 위치에까지 날아올라가버렸다.
“추진력도 없이 어떻게?”
엑시아의 비상식적인 움직임에 빌리는 신음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경악하고 있는 빌리와는 달리 반은 왠지 모르게 여유만만이었다.
“경이적인 동력원이군. 흥미가 생기는 걸? 이거 써니가 보면 꽤나 좋아할 거 같은데...... 레드, 찍어 뒀어?”
“물론입니다. 전 대장님과 달리 철두철미하니까요.”
라면서 레드는 손에 들고 있는 소형 비디오 캠코더를 보여주었다. 그걸 본 반은 씩 웃으면서 그레이엄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럼 그레이엄, 다음에 보자구. 난 이쯤에서 실례할 테니까.”
“다음에 또 인연이 있으면 보도록 하지.”
“뭐, 전장터만 아니라면 말이야.”
그레이엄에 이어 제시카, 빌리와도 작별 인사를 한 반은 레드와 T를 데리고 연습장 밖으로 나왔다. 연습장을 빠져나가면서 반은 이넥트를 박살낸 뒤 사라진 기체, 건담을 생각하고 있었다.
“건담이란 말이지......”
반 일행이 빠져나간 직후, 이넥트의 콕핏 해치가 열리더니 패트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헬멧을 벗어던지고는 이넥트를 부수고 사라진 건담 엑시아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찾았다.
“녀석은 어디로 갔지? 녀석은!”
이넥트는 넝마가 되었는데 패트릭은 어디 다친데 하나 없이 팔팔한 건 본 그레이엄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말투로 조롱하듯 말했다.
“과연 최신 병기 이넥트. 파일럿의 안전성은 확실하군.”
“그 부분은 신경 써서 만든 듯 하군요.”
그레이엄처럼 제시카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소리를 죽여가며 작게 웃고 있었다. 빌리도 이들과 함께 잠시나마 웃다가 갑자기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뒤 그레이엄에게 물었다.
“헌데 그 건담. 군비 증강 노선을 유지하는 AEU에 대한 견제...... 아니, 경고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당하고 AEU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레이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머리 위로 몇 대의 헬리온이 이넥트를 파괴한 건담 엑시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투 비 컨티뉴드......

상처입고... 꺾이고... 쓰러졌지만... 난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